보고듣고읽고-(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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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사 _ 김동인
원문 수정 없이 글씨 종류나 크기 등 읽기 쉽게만 편집했습니다 광화사 김동인 인왕 仁王 바위 위에 잔솔이 서고 잔솔 아래는 이끼가 빛을 자랑한다. 굽어보니 바위 아래는 몇 포기 난초가 노란 꽃을 벌리고 있다. 바위에 부딪치는 잔바람에 너울거리는 난초잎. 여 余는 허리를 굽히고 스틱으로 아래를 휘저어보았다. 그러나 아직 난초에는 4,5축의 거리가 있다. 눈을 옮기면 계곡. 전면이 소나무의 잎으로 덮인 계곡이다. 틈틈이는 철색 鐵色의 바위로 보이기는 하나, 나무밑의 땅은 볼 길이 없다. 만약 여로서 그 자리에 한 번 넘어지면 소나무의 잎 위로 굴러서 저편 어디인지 모를 골짜기까지 떨어질 듯하다. 여의 등뒤에도 2,3장 丈이 넘는 바위다. 그 바위에 올라서면 무학 舞鶴재로 통한 커다란 골짜기가 나타날 것이다...
2011.01.05 -
방망이 깎던 노인 _ 윤오영
원문 수정 없이 글씨 종류나 크기 등 읽기 쉽게만 편집했습니다 방망이 깎던 노인 윤오영 벌써 사십여 년 전이다. 내가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의정부에 내려가 살 때다. 서울 왔다 가는 길에 청량리역으로 가기 위해 동대문에서 일단 전차 電車를 내려야 했다. 동대문 맞은쪽 길 가에 앉아서 방망이를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방망이를 한 벌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방망이 하나 가지고 값을 깎으려오?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더 깎지도 못하고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
2010.12.29 -
시나리오를 위한 변명
우리 03학번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대중문화비평 소모임 맘스(M.A.M.S.)에서 쓴 글입니다. 당시의 표현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소모임 토의 주제 중 하나가 '흥행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 시나리오에 대한 고찰'(? 정확한 기억은;;;) 정도였는데, 대다수가 시나리오에 혐의를 두고 있어서 시나리오를 위한 변명을 적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점은 2003년 여름입니다. 잘난듯 썼지만 역시 어릴 때 쓰긴 했네요;;; 최근에 영화도, 드라마도... 문화생활이라고는 전혀 향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특별히 감상이라고 불릴 만한 무언가를 하기에는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이 없지만...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문제들에 대해 점점 답이 보이고 있기에, 생각나는 것을 ..
2010.12.14 -
입시명문 정글고등학교 (네이버 웹툰)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랬다. 백번들어봐야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고... 배경은 고등학교인데 살벌한 삶의 이야기가 드러나있습니다. 학생 삥 뜯는 학교의 모습이나, 입시에 치여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나... 시니컬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려져있습니다. 아무튼... 백만가지 사설보다 적나라한 한편의 웹툰입니다. ㅋㅋ 언론이란 뭘까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15640&no=380&weekday=
2010.02.26 -
메밀꽃 필 무렵 _ 이효석
원문 수정 없이 글씨 종류나 크기 등 읽기 쉽게만 편집했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패가 길거리에 궁깃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칩칩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얽음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이 동업의 조선달을 나꾸어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장에서 한 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이 있었을까? 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 "오늘 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
2010.02.23 -
(500) days of summer 500일의 썸머
간단한 성장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이런 사랑이 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조금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구성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사건을 시간에 관계없이 병렬형식으로 구성해서, 어느 시간 대에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지 신경써서 보아야 하지만 그 외에는 그리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를 보입니다, 오히려 감정을 풍부하게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미국식 문화코드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 많은 부분을 보지 못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 뭐 웬만한 번역물, 혹은 수입작품들이 그렇지만.. ㅎ 고등학교 때 배우는 언어유희가 난무하네요. 저의 짧은 영어로도 그런 유희를 즐기는 장면이 종종 캐치됩니다. 영어 울렁증 있다고 너무 자막에 의..
2009.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