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무덤을 찾아서 / 新生翁主之墓 _ 경기 부천

2008. 12. 23. 02:02익숙함과 거리감/한국韓國

 

 

- 신생옹주지묘新生翁主之墓 : 신생옹주의 무덤

  

 

 요즘 사진 찍는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일거리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무덤을 찾아다니는 것입니다. 정확한 사진 - 다른 말로 너무 정직해서 재미없는 사진 - 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이 일을 먼저 받았던 형님이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사진 실력 별로인 제게는 이 일만큼 많은 곳을 공식적으로 '돈도 벌면서'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은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뭐 은행, 무슨 증권처럼 정말 쓸데 없지만 쉽게 찍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한자를 읽어가며 문헌을 뒤져가며 찾아야 하는 무덤은 정말 매력이 넘치는 소재입니다... 고생을 즐기는 건가....

  여튼... 무덤을 다니면서 드는 느낌이라면, 역시 '쓸쓸하다'라는 느낌이 가장 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주이씨 묘역, 청주 한씨, 박씨, 민씨 묘역... 등등 크고 작은 묘역 어디를 가든 드는 이 느낌은 어쩔 수 없습니다. 묘가 하나 밖에 없는 경우도 있고, 여러 개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100년 200년 간 관리되는 묘가 있는가 하면, 묻히자마자 잊혀진 묘지도 있습니다.

 

  사진에 있는, 가장 최근에 수집한 부천의 작동 일대에 있는 '신생옹주'의 묘지도 그렇습니다. 제가 가진 자료에 따르자면 영조의 후궁으로부터 태어난 신생옹주는 얼마 지나지않아 사망한듯 합니다. 그나마 그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영조의 후궁인 귀인 조씨의 무덤과, 그녀의 딸인 화유옹주 - 황인점 부부의 무덤과 가까이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명확한 이름, 옹주 칭호를 받지 못하고 新生 - 새로 태어났다는 이름을 받은채 이 땅에 묻혀있는 모양입니다.

 

  현재 귀인 조씨와 화유옹주 - 황인점 부부의 무덤은 여월동 일대에 있는 전주이씨 묘역으로 이장되어 관리되고 있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신생옹주의 무덤은 여전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예전에 전주이씨 묘역에 침투(?)해서 여러 인물의 무덤을 촬영하던 중에 그 곳 사무장님께 귀인 조씨 무덤과 화유옹주의 무덤에 대한 일종의 넋두리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들 또한 나름 기구한 운명이었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겼기 때문에 기억되고 이장되어 관리되고 있겠습니다만, 신생옹주는 누가 기억해줄까요...

 

  이 무덤을 찾아 촬영하라는 목록을 받아들고, 일대를 한시간 가까이 뒤졌습니다. 잡목이 우거진 마을 뒷산을 뒤적이면서 무덤이 있을 법한 능선을 찾고 찾아서, 정말 기적적으로 이 묘비를 발견했는데, 아마 여름이나 가을 같이 나무에 잎사귀가 무성한 시기에는 발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언제 깨졌는지 큰 금이 간, 어디있는지 식별하기도 어려운 작은 묘비, 관리되지 않아서 어느새 평평해진 봉분을 보면서 어쩌면, 이 무덤이 저를 찾고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너무 외로우니까... 적적하니까... 잔뜩 구름 낀 금요일의 오후에, 어디서도 느끼지 못했던 음산함까지 더한, 낮은 능선 사이에 깊이 자리한 이 무덤을 한참동안 떠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은 왜... 언젠가는 잊혀질 것이면서 무덤을 만드는 것일까요. 당대의 자신감? 혹은 당연한 의례일까요? 이 무덤의 주인은 자신을 위한 무덤이 만들어지기를 바랬을까요? 누군가의 무덤은 여전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200년이 지나든 600년이 지나든 말이죠. 하지만, 그를 '알고'있는 사람은 모두 죽었을텐데, 행적은 기록이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그의 인격적인 면은 모두 소실되었을 텐데, 그런 그들에게 '무덤'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묘갈 / 묘소 : 37°30′42″N 126°49′10″E (정확한 위치가 아니다. 기억을 더듬어서 대략 찍어낸 위치다)

 

- 신생옹주新生翁主 묘는 아래 지도에 표시 된 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