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록할 수 있을까

2010. 9. 5. 05:36in Jesus/신앙고백

 이 시간까지 잠들지 않기에 요즘 낮잠이 그렇게 늘었나보다. 늦잠과 밥먹고서 낮잠까지 잔 오늘도 교회를 나가는 내 모습은 말그대로 허둥지둥. 한시쯤 되면 말똥말똥해지는 내 눈은 그야말로 야행성의 그것이다. 왠지 두통도 늘어난 것 같고... 다행히 어머니의 잔소리를 새겨들어 약을 먹은 탓인지, 고질적인 비염은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병원에 가지 않았다면, 약을 먹지 않았다면 타이핑하는 지금도 훌쩍대면서 흘러내리는 콧물을 닦아내며 중얼거리고 있을 거다. '일주일만 지나면 나을거야'... 그래놓고 아마 지금쯤은 코가 엄청 헐어있겠지.. ㅜ
 아직 한 학기 더 학교를 다녀야한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올해는 내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없다. 회사에서 못받은 금액도 물론 최대치를 부르긴했지만 모질게 마음 먹었으면 다 받았을 걸... 가끔 땅을 치고 후회하고 싶지만, 여튼 다 지난 일인데 뭘 어쩌리... 학교도 졸업했어야 했을 것을... 학교가 주는 일종의 방어막은 늘 나를 나태하게 만든다. 덕택에 난 진취적이기보다는 늘 안주하는 경향성을 띄고있다. 머물던 곳에 머물고자 하고, 하던 일만 하고자 하는... 그런 모습이랄까.


  다만 돈 안되고, 헛심(?)쓰는 일 벌이는 데 능숙한 내가 올햐 잘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월미 보고지 프로젝트'다. 물론 하는 나(와 보고지 스텝들)도, 해야하는 팀들도 서로 피곤한 뭔가가 있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자신들의 사역을 정리할 기회를 갖고, 나(와 보고지 스텝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보와 체험을 접한다. 기존의 내게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어서 쌓아둔 것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리고 그들의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값지게 쓰이고 정리되는 것... 그것 자체가 내게는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내가 하고자 하는, 소망하는 이 프로젝트가 하나님의 계획과 무관한 일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며칠 전 그 마음을 구했을 때, 내 마음에 드는 마음은 '내 힘으로 하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지금 이 일이 내가 기뻐하고 내가 하고 싶어하기에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하는 과정은 결코 하나님의 마음과, 그분이 뜻하는 것과 같지 않은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알고서도 나는 내가 즐거운대로, 내가 하고자 하는대로 이 일을 진행시켜나가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결코 그래서는 안될 일이다. 사랑받는 자녀로, 그분의 뜻에 합한 동행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도구'가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나를 비롯한 이 시대의 기독교인들은 너무나 많은 사역을 하지만, 그 일이 도구로서의 사역에 그치지 동행이라든지 뜻에 합한 일이 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물론 좋으신 하나님은 내가 도구로서 일하는 것을 받으시고, 그분의 계획에 그 일을 편입시키시며, 그 가운데 나를 향한 계획을 실현하신다. 그분은 신실하시기에 나를 버리지 않으시고 위로하지 않는 분이 아니다. 하지만 간혹 도구로서의 삶에 만족하고 그 이상에 가치를 두지 않는 나와 성도들을 보는 경우가 많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한 마을에 이르시니 마르다라는 여인이 예수를 집으로 모셨습니다. 마르다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습니다. 그 동생은 주의 발 앞에 앉아 예수께서 핫시는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르다는 여러가지 접대하는 일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르다가 예수께 다가와 말했습니다.
 "주여, 제 동생이 저한테만 일을 떠맡겼는데 왜 신경도 안쓰십니까? 저를 좀 거들어 주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주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너는 많은 일로 염려하며 정신이 없구나. 그러나 꼭 필요한 것은 한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것을 선택했으니 결코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누가복음 10 : 38 - 42

 

 많이 묵상했었던 말씀이지만 오늘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난 늘 이 말씀을 마르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좋은 것을 선택했으니 결코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마리아(듣는 자)가 되었든 마르다(일하는 자)가 되었든 불평없이 하나님이 허락하신 분량 아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조금 새로운, 그리고 평범하게 생각해보면 이런 말씀으로 다가오는 것을 본다.

 위에서 언급했던 도구로서의 사역자와 동행자로서의 사역자는 그 경우가 다르다. 아예... 하늘과 땅과 같은 차이가 난다고 해야할까. 중동을 나가면서 무슬림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전통 교회의 성도라는 것을 안다. 2000년의 전통을 가지고 교회를 다니지만, 그래서 그 땅에서 '선교'의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결국 (대부분) 거듭나지 않았기에 구원의 길에 들어서지 못한 그들의 모습은 결국 도구로서의 사역자, 그분의 거대한 역사 속에 숫자로만 존재하는 자들이다. 동행하는 사역자는 전통이든 무엇이든 간에 모든 것을 뛰어넘고 예수님을 인정하고, 그분이 내 안에 일하신 것을 인정하는 자들이다. 마치 마리아처럼 예수님이 곁에 계실 때 예수님과 동행하기만을 애쓰는 사람과 같다. 마르다는 불평도 했지만, 진정한 내면에 섬기고자 하는 마음 뿐이지 예수님은 없었던 것이 아닐까... 그것이 성경에는 마리아와 마르다로 대표되어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일 테다.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예수님이 승천하시고 재림하실것을 약속하시며, 그 제자들을 통해 교회가 세워진 이래로 일하지 않고서는 교회가 돌아가지 않으며, 삶의 많은 부분을 완성시킬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동행'의 문제이다. 성경에 나오는 문자 그대로 마리아처럼 파고드는 것은 문제다. 그래서 예전에 나의 묵상은 마르다에 초점이 맞춰지고 마르다를 변호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의미로 해석할 때, 마리아와 같은 자세로 마르다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마르다처럼 자신이 하는 것처럼 '나를 중심으로', '나의 일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수님은 여기서 마르다에서 손을 내미신다. '얘야 네가 너의 많은 일로 염려하고 정신이 없구나'. '그러나 꼭 필요한 것은 이것인데, 나를 만나는 일을 마리아는 선택했으니 이것을 빼앗기지 않을거야'. '너 또한 너의 일을 내려놓고 나를 만나렴'. '네가 이것을 선택한다면 내가 너와 동행할거야'.

 사람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다. '자유의지'라는 것이다. 운명, 숙명 등의 단어와 배치되는 이 개념은 늘 신학과 철학의 논쟁이 되어왔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님 안에서는 동일한 것이라면? 그분은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가 선택하길 원하신다.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지만, 단 한가지가 열쇠와 같다. 그것이 그분을 인정하고 영접하느냐의 문제다. 교회의 테두리 안에서 일할 수 있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 안에, 혹은 그 프로젝트 안에 하나님이 없다면? 그분과의 동행은 늘, 매 순간 새롭게 갱신된다. 그렇게 나는 나의 운명을 만들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이미 모두 계획되어 있는 것이다. 이를 우리네 옛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했지.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매 시간 매 순간 하나님을 선택하는 삶을 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을 선택할 때마다 나의 삶은 늘 하나님으로 인해 승리할 것이다. 삶의 순간을 무엇으로 기록할 것인가? 나는 하나님으로 기록할 것이다. 그분의 섬기으로 기록할 것이다. 나의 삶이 붓이 되고 펜이 되어 그분의 보혈과 기적으로 기록할 것이다. 그분의 행적을 기록할 것이고, 놀라운 사랑을 기록할 것이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이번 보고지가 나는 붓이 되고 펜이 되어 각 팀에 흘린 보혈과 기적을 잉크삼아 그분의 사랑을 기록하는 것이 되었으면 한다. 이 밤 중에 난 이렇게 주절주절... 아... 해가 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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