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산책 시리즈

2011. 2. 4. 15:23보고듣고읽고-/冊冊冊

열일곱권. 읽기 쉽지 않은 분량이긴 한 미국사 산책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다방면에서 글을 쓰고 영향력 있는 강준만 교수(전북대)의 미국사 산책이 완간되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쯤인가 학교 도서관에서 1-5권을 보고, 졸업할때까지 다 못보겠구나 싶었는데 결국은 기어이 다 보네요. 1년만(?)에 완간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 작업이 오랜 시간 이루어졌었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었음을 반증할 겁니다. 내용은 딱 책이 완간된 2010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 국가입니다. 문화인류학의 절대명제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난다'는 이야기 또한 한국인은 해외에서, 한국의 이주 노동자 문제에서 찾곤하죠. 어찌되었건 '대조군'은 한국이라는 문화, 살아왔던 문화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미국사 산책'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보통의 제 글쓰기와는 다르게, 조금은 분석을 해볼까 합니다... ^^;


1. 서술 방식
 일단 가장 큰 특징은 서술방식이 독특하다는 것입니다. '산책'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떤 한 분야에 집착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물론, 역사歷史기 때문에 울렁증을 호소하는 분들은 꺼리겠지만, 보통의 역사서에 비해 굉장히 쉽게 씌여져 있습니다. 그래도 울렁증이 난다면 평소에 책읽는 습관이 없다거나 심리적인 영향이 클겁니다. 역사에 대한 심리치료를 받으셔야 할 듯해요. ㅎ
 저자가 머릿말에도 썼듯이 글은 '통섭'의 관점에서 씌여졌습니다. 이게 가장 큰 특징이죠. 차별화되는 점이니까요. 공간적인 면에서 미국사에만 한정하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세계2차대전은 먼저 유럽의 상황을 이해해야겠죠? 보통의 책이라면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길 문제겠지만 이 책은 꽤 많은 부분을 들여 히틀러, 무솔리니 등을 이야기합니다. 인디언 문제라든지 노예문제도 미국에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동시대의 한국의 상황을 적절하게 넣었다는 것입니다. 한국 근대화와 미국의 관계, 식민지 시절, 군정에 대한 미국의 입장 등 말입니다.
 또한 인물중심으로만 서술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인물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미국의 특징을 적절히 설명하면서 인물을 다룹니다만 최대한 주변 상황에 맞게, 정치인 보다는 민중에 맞춰 이야기하려는 흔적이 보입니다. 맥락 문제 때문에 시간을 훌쩍 뛰어넘기도 하지만, 글을 쭈욱 읽어나가면 글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입체적인 지도가 그려지죠.

2. 왜 미국인가?
 제 개인적인 견해로 현대 미국을 아는 것은 세계를 아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사대주의나 열등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죠.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동아시아 자유주의 진영의 보루로 남겨져 독립한지 60여년을 이어간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좌, 우 이념을 떠나서 미국을 거부하는 것은 철부지 어린아이 투정과 같습니다. 너무 의존하는 것도 바보같은 일이지만요. ㅎ
 이 또한 머릿말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미국의 이런 거대한 영향력을 역사적 흐름으로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견식이 보다 넓어진 느낌이 드네요. 제 입장에서 어렸을 때 미국은 위대한 나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완성된 나라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친미, 반미 시위를 보며 뭔가 혼란스러웠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장점을 잘 살릴 줄 아는, 미완성의 국가'라구요. 
 
 
 현재, 한국의 현실에 대해 알고 싶고, 세계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어느 정도 한국사의 흐름을 알고 계신다면 더욱 좋을 것이구요. 세계사의 흐름을 알고 계신 분이라면 더욱 좋을 듯 합니다. 각자가 얻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균형잡힌 역사적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