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가고 변하는 것들

2010. 8. 8. 02:22나의 중얼중얼/주절거림

  전 늘 스스로에게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많은 것들이 변하니까,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나 또한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이 개념 - 시간이 가고 변하는 것 - 에 대해 변해가는 것을 피해가긴 어려운 모양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저 스스로 변하는 것에 민감하지 못한 것이죠.
 
 
  오늘 집에 들어오는 길에 통화했던 여자친구의 목소리는 왠일인지 시무룩했습니다. 매일같이 보지만 주말에는 보기 힘드니깐... 그리고 얘길 들어보니까 이런 저런 고민이 있었고 어려운 일이 있으니깐 그런가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런 얘기를 했다. '연락을 늘 내(여자친구)가 먼저한다고, 늘 기다리고 참는 건 내가 아니냐고...' 별거 아닌 투정이나 한 때의 어리광 혹은 앙탈(?)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왠지 뜨끔한 저를 보게 됩니다.
 
 시간이 가고 변하는 것들. 그것은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레임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제게 있어서 이 부분은 많이 희석된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변명아닌 변명이라면 이 부분은 미리 언젠가 이야기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설레임의 때는 언젠가 지나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설레임 이상의 것들을 접해왔기에 설레임의 희석은 큰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그렇게 정리했고 실제로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상대방에 대해 첫만남 때와 같은 느낌의 기대 -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나요 -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듯한 모습이 정말로 내게 있었다는 것을 압니다. 가끔은 여자친구는 제가 하는 일에 딴죽을 건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고, 어쩔땐 얘가 날 방해하려고 이러나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이 모두 상대방에 대한 기대감이 설레임과 함께 희석되어가면서 빚어지는 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무감에 대해 이야기하는걸 꺼리는 저지만,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것은 '관계'를 뛰어넘어 어느 정도의 의무감을 안고 가야한다는 걸 압니다. 관계가 의무감을 상쇄시켜주며, 의무감이 관계를 새롭게 합니다. 삭막한 얘기지만, 마음의 한켠에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관계란 '없다'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위의 문제에 대해서 저는 관계를 새롭게 할 '의무감'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정확히) '몽상가'들은 의무감이 가미된 관계란 필요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관계는 생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몽상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관계를 단단하게 연결해줄 여러 매개체가 필요한 것이죠. 그것이 이런 의무감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어떤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어떤 계기가 끊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계기는 우연일수도 있지만 웬만하면 노력으로 생성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기념일, 생일 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만, 그것들이 있기에 관계가 새로워지는 것을 알고, 더 풍성해지는 것을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체된 관계에서는 상대방에게 하는 작은 의무감(이쯤 되면 '의무감'이란 단어를 '헌신'이라 바꿔부를 수 있다는 걸 아시리라)이 주는 새로운 기쁨을 깨우기 위해 누군가가 그 정체감을 깨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힘들게 꺼내지 않고서는 찾아내기 힘들죠.  용기가 필요합니다.
 
 늘 강조하지만, 상대적으로 남자는 둔합니다. 변명이지만 저는 더 둔합니다. 그래서 어렵고, 혹은 짜증나고, 혹은 먼저 말해서 민망할 수도 있지만, 말해준 여자친구가 고맙습니다. 바쁘다고 건너뛰고, '상대방이 귀찮아 할 거야'란 변명으로 제가 편하려 했던 것들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뜨끔했는데,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씁니다. 아마 왜 이런 글을 썼냐고 하려나? 싫다고 하려나? 어쩌겠습니까... 전 그나마 이걸 잘하는데 말이죠. 썰 푸는거... ㅎㅎ 고맙고. 사랑하고... ^^
 
 아... 은근슬쩍 사과 안할뻔했네요... 미안... ㅜ 정말로...

 
http://venerable.tistory.com/31
남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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