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노트

2007. 3. 12. 02:29나의 중얼중얼/오답노트



나이를 점점 먹어가면서 무엇이 정답인지 무엇이 오답인지 알아가는 눈이 생깁니다. 이것을 연륜이라고, 성장이라고 하는 걸테죠. 그런데 삶을 사는 과정의 정답과 오답은 그 기준이 수학처럼 또박또박한게 아니라서 사회성훈련이 전제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맞는 것과 틀린 것, 올바른 것과 다른 것을 알게 될테죠. 인생의 맛? 그런거 20 몇 년간 살아서는 쥐뿔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맛이 뭔가 생각해보면 또박또박한 정답이 없다는 점일 겁니다. 이게 좋게 말하면 단맛일거고 나쁘게 말하면 똥맛 쓴맛 죽을 맛일겁니다.

아무튼 인생을 사는 어리석은 인간이 되어 삶을 논할 깜이 되진 않지만, 넘치는 불안과 이상의 괴리에서 묘한 구석을 발견하게 됩니다. 속으로는 저도 저의 무엇을 찾았구나 싶은 것. 그게 지금 이 글타래의 제목 '오답노트'입니다. 열심히 하든 열심히 하지 않든 우리는 이상을 위해, 보통은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가방끈을 늘리며 좋은 가방끈을 위해 입시에 매달립니다. 한국이나 세계나 마찬가지, 입시를 준비하나 하지않으나 마찬가지일겁니다. 과정만 조금 다를 뿐 성장과 성숙은 비슷한 과정을 겪습니다.

한국의 평범한 사람으로 저도 입시라고 하는 것을 준비하며 여러가지 학습법을 써봤습니다. 그 가운데 한가지가 '오답노트'라는 것인데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문제풀이 과정에서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면서 정답을 익히는 것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우스운 것은 문제가 제각각이여서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본다고 다른 문제에서 정확히 적용되지 않을텐데 의외로 쓸만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사실 시험에 나오는 문제도 그 문제가 그 문제, 오십보 백보에 해당하는 문제들 뿐이라 은근히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긴 그렇기에 한 때 '유형별 학습'이란게 유행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답노트처럼 시험 문제 뿐 아니라 인생과 사회에도 어떤 오답노트 같은 것이 존재할 겁니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란 표현이나, 바둑의 복기復碁라고 하는 용어를 삶에서도 활용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런 복기의 습관은 진중한 사람에게나 어울린다는 의식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다 나은'이라는 정답을 강요당하면서 열심히 앞을 향해 달려야 하는 현재의 삶에 어릴 적의 오답노트를 만들 시간이 없긴합니다. 분명 '보다 나은'을 찾기 위해서는 뒤를 돌아봐야 하는데 뒤돌틈도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또한 '보다 나은'이, 나를 위한 '보다 나은'이 아니라 인간다운 적절한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으로도 필요합니다. 오늘날의 여러 현실적 한계가 한 사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오답들을 들여다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겁니다. 이것이 우리 인생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오답노트가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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