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성에 대하여 ① 배터리

2011. 6. 24. 00:59물건사색/하드웨어 플랫폼

위부터 시계방향 Hasee Q120B 배터리, 산요 에네루프, 펜탁스 D-LI50, D-LI90, 
리코 DB-90, 스카이 휴대전화용, 삼성 휴대전화용 배터리 

  일전에 SLR클럽의 후지 X100 카메라 리뷰(http://www.slrclub.com/bbs/vx2.php?id=slr_review&no=225)를 보면서 한눈에 들어왔던 것이 '배터리'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제가 가진 GXR의 배터리(DB-90)와 같은 배터리였다죠. 옆에 있음 실험이라도 해볼텐데... 궁금증이 생겨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후지 카메라용 배터리 NP-95(후지 X100용)는 DB-90과 호환되는(혹은 같은) 배터리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나중에 둘 중 아무거나 사자... GXR을 구입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다른 악세사리에, 스트랩이라든지 렌즈캡이라든지(걸출한 렌즈캡 LC-2를 춧천합니다 ㅋㅋ) 구입하니 안그래도 빈곤모드로 살고 있는데 초빈곤모드로 돌입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차일피일... ㅎ 며칠 전 작가 분과 함께 취재 다니면서 작가님의 똑딱이(무려 니콘 P7000)와, 내 똑딱이(리코 GXR + P10)의 배터리가 나란히 방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며... 이전에 미뤄뒀던 배터리 구입을 위해 자료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안그래도 GXR은 중국으로 잠깐 여행가는 여친님께 빌려주기로도 했기에... 싼맛에 쓰는 호환배터리로 급한 불을 끄자. 그리고 저는 의외로 놀라운 발견을 합니다. ㅋ
 
 

① HORUS BENNU Extra NP-95  /  4,320원 ~ 4,928원 

② 지호시스콤 NP-95  /  6,250원 ~ 6,630원 

③ 아이새로 NP-95  /  5,290원 ~ 6,557원 

④ 성경시스콤 Diplus NP-95 

⑤ JT-one NP-95  /  3,720원 ~ 6,055원 

⑥ ANSMANN 안스만 NP-95  /  22,110원 ~ 23,657원 

⑦ 시산 SYSAN NP-95  /  6,790원 ~ 8,191원 

 
   위에 나와있는 요상한 이름들은, 2011년 6월 23일자 기준으로 리코의 DB-90, 즉 후지의 NP-95와 호환되는 배터리 정보입니다(다나와 기준입니다). 리코보다는 후지가 큰 기업인지라(최소한 카메라에선), 또 예전부터 후지 똑딱이는 어느정도의 시장성이 있어서인지 많이도 나와있더군요. 정품 배터리가 5만원 내외에서 거래되는 것을 감안할때 호환배터리의 놀라운 가격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당연한 결과일수도 있지만요...). 물론 빨리 방전된다는 소문, 믿기 어려운 품질 등은 구입에 걸림돌이 되지만, 일단 '무지 싸다'는 장점이 모든 단점을 커버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특히 초빈곤모드의 극치를 달리지만 구입은 해야만 할 저의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지 아니할 수 없군요. 지금 당장이라도 1번이나 5번 제품을 두개쯤 사고 싶습니다.
 
  막상 배터리를 검색해보니 이전부터 아쉬웠던 점들이 생각납니다. 카메라는 파이가 상대적으로 작기에 배터리 규격이 어느정도 통일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리코 DB-90, 즉 후지 NP-95의 경우는 리코 GXR, 후지 X100, 후지 F30등에 쓰인답니다. 위 사진에 나온 펜탁스의 D-LI50이나 90의 경우는 K10D, K20D와 K-7, K-5, 645D에 쓰이죠. D-LI50의 경우는 2008년 초에 펜탁스 K10D를 구입하며 두개를 같이 구입했었구요, D-LI90의 경우는 하나는 예판과 함께 구입했던 펜탁스 K-7때 하나를, 반년 후에 10만원 가까이 들여 다른 하나를 구입했었습니다. 다른 카메라 메이커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느정도의 호환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산요 에네루프야 가장 유명한 AA충전형 건전지니 활용도는 말할 것도 없죠. 하지만 휴대전화의 배터리는 어떨까요.
 
 
   길 가다보면 불황도 없구나 싶은 가게로 보이는 것이 휴대전화 가게입니다. 불황보다는 경쟁이 심한 종목이 아닐까 싶네요. 심한 곳은 동네시장 끝에서 끝까지 일곱개 정도 있는 동네도 보았습니다. 그만큼 축적된 휴대전화의 대수, 교체회전 주기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자기기가 휴대전화라는 사실이 되기도 하겠죠. 그런데 알고보면 휴대전화의 배터리 가운데 호환되는것을 찾기는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카메라에 비해 파이도 큰데 제3기업의 호환 배터리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종류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몇년 전, 휴대전화 충전방식을 한국 내 표준으로 24핀 방식으로 채택한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휴대전화의 번들로 충전기가 자동 지급되었습니다. 휴대전화별로 다른 충전기를 쓰는 폐해를 막고, 불필요한 교체를 막자는 취지였습니다. 한동안은 나름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휴대전화가 소형화, 패션상품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대형 단자인 24핀을 보다 작은 핀 방식으로 바꾸는 회사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마트에 가면 수많은, 또한 헷갈릴정도로 많은 젠더들이 있죠. 같은 삼성이라도 초기 소형 핀과 후기 소형 핀은 다르더라구요. 제길슨; -_- (때문에 집에 있는 엄니 휴대전화와 전에 쓰던 제 휴대전화 젠더가 맞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회사 별로 젠더라 불리는 녀석을 제공하면서 표준의 벽을 교묘히 피해나갔습니다. 이와 같이 충전기 방식은 반쪽 성공이었지만 나름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봅니다. 젠더야 소모품으로 볼 수 있다면 충전기는 전압 등의 전기적 문제를 통일시켜야 하는, 지정되면 따를 수 밖에 없는 녀석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표준지정 움직임에서 전혀 별개의 무엇으로 남아있는 것이 배터리 문제입니다. 회사별로 규격이 다른 것은 당연하고 기종별로, 같은 시즌에 나온 제품조차도 배터리는 다릅니다. 휴대전화야 재고가 쌓일 수도 있지만,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법한 배터리는 호환이 안되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정말 아깝습니다. 그리고 그 재고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가겠죠...
 
  
  개인적으로 요즘의 애플의 성공에 관해, 정책과 마인드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호환성'입니다. PC의 영역에선 자기들만 쓰는 OSX 때문에, 스마트폰 영역에선 자기들만의 표준 iOS를 쓰기 때문에 호환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이들도 많지만, 이는 소프트웨어의 영역에 들어가는 부분이며, 피쳐폰들의 운영체제는 누가 책임져주나요. 그냥 딴지거는거죠. 또한 관리도 안되는 공개형 표준의 경우 난잡해진다는 것은 안드로이드가 보여주고 있죠(물론 좋은 소프트웨어, 앱도 많지만 저는 '관리'를 말하는 겁니다). 아무튼, 하드웨어적으로 애플의 호환성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저는 예전에 뉴맥북에어 11"에 관한 포스트(http://run2cross.tistory.com/116)를 올렸었는데, 주요 내용이 키보드 자판 크기의 호환성 문제였습니다. 애플의 개발, 판매 정책은 굉장히 슬림한 라인업으로 시즌을 운영하죠. 주기에 따라 교체된 제품은 판매되지 않는 것도 큰 특징입니다. 그래서 애플의 제품은 구입하는 행위 자체도 직관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라인업은 달라도 파트별로는 호환되는 부품을 사용하죠. 파트부품 구입은 대량 주문을 통해 단가를 낮추고, 재고량도 최소화시킴으로 제작과 재고 부담을 줄이고 이는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의 가격경쟁력이 싼 인력(팍스콘 같은...)도 있지만 재고 회전이 빠른데에도 있음을 많은 이들은 간과하죠.
 
   하지만 다른 회사의 휴대전화의 경우 이런 단순적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즌 개념은 희박하고 운영하는 라인업도 너무 많으며 작은 기계이기에 각 파트별 모양 디자인 등이 제각각일 수 밖에 없죠(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애플은 키패드가 들어간 모바일 제품을 안만드는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호환이 가능하다고 보이는 부분, 그것이 배터리입니다. 휴대전화의 크기에 따라 몇몇 크기의 규격을 정하고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면 배터리의 대량생산 혹은 OEM을 통해 단가는 낮아지고, 제조사의 가격 경쟁력, 나아가 소비자 부담도 줄어들겁니다. 내장형 배터리를 써서 빈축 사고 있는 아이폰이나 맥북시리즈와 달리 한국의 제조사들의 제품은 모두 외장형 배터리를 쓰잖아요. 이런 이유로 애플을 까는 회사나 사람들도 많죠. 하지만 애플을 까기전에 당신들은 배터리 호환이 되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적어도 배터리 분량만큼의 가격경쟁력은 올라가겠죠. 휴대전화든 노트북이든... 이런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사진이야 제 방에 있는 녀석들을 찍었으니 몇개 없어보이지만 (4인 식구입니다)집에 있는 걸 합치면 휴대전화 배터리만 20개쯤 나올겁니다. 쓰레기로 방치되고 있는 3.7V 리튬이온 전지들... 많이 아깝네요. ㅎ 호환성은 환경을 위해서도, 경제를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젭알. ㅜ


ps. 뒤에 덩치 큰 녀석은 액정깨진 넷북 Hasee Q120B의 배터리입니다. 이 녀석에 대해서도 쓸까 했는데 우리나라 것도 아니고, 정식 수입된 것도 아니라 잘 알지 못해서 뺐습니다. 이 녀석 배터리도 완전방전되어서 토렌트 돌리고, 노트북으로 작업할 때 프리미어리그 축구보는데 쓰고 있습니다. 눈팅으로 액정 수리하는 법을 배웠는데, 조만간 액정을 사면! 포스트를 만들어보죠 ㅎㅎ

ps. 그러고 보니 2005년에 나왔던 니콘 쿨픽스 S1 배터리(EN-EL8)도 집에 있습니다. 정품 하나 호환 하나. 제원을 살펴보니 DB-90 대비 용량은 반 이하(730mAh)로군요. DB-90의 경우 접점단자가 + ┬ - 라면 EN-EL8의 경우는 - ┬ + 로군요. DB-90 충전기로 EN-EL8의 접점을 DB-90의 순서로 하니 충전이 됩니다. 오옷; ㅎ 실험해 볼만한 건수가 또 생겼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