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 _ 양영순이 덴마를 만들고, 그걸 자랑하려고 네이버 웹툰을 창조한 느낌이랄까?

2014. 6. 25. 02:50보고듣고읽고-/미디어s


장르적 특색, 재미... 이 모든 것은 단순비교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는 로맨스를, 누군가는 코미디를, 누군가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은 장르에 대한 개인의 선호일 뿐 어떤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에게는 역사가 세계를 보는 유일한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이는 철학으로 세계를 보고, 어떤 이는 개인의 피곤한 삶으로 보죠. 규모가 크다고 생각의 진지함이 커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현상과 세계를 보고 그것을 담아내는 시선과 질문. 그것이 '작가'의 역량과 가치를 담아내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소개할 덴마는 세계관(시선), 작화와 연출 등이 최고봉에 올라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완성단계에 올라있는 그림체를 가지고 있는 덕택에 첫화에서(2010년 1월)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작품을 보고 있다는 것을 뚜렷이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림체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둥글둥글한 화풍(?) 덕택에 얼핏 소년만화로 까이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있습니다. - 조금만 생각해보면 힘이 들어가있지 않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표현되고 있는 그림체인데 말이죠.


심플한 타이틀 로고. 이것만으로도 내공이 느껴진다면 난 덴마충인가...




아무튼... 너무나 길기 때문에 (2014년 6월 25일 현재 701화;;;) 집중력을 잃으면 도저히 볼 수 없는 이야기. 덴마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_ 이 글에 쓰인 장면은 모두 웹툰 덴마의 그것입니다. 저작권은 양형께.



1. 세계관

물리적 세계에 관한 설명은, 평행우주의 존재가 알려져있는 행성간 이동이 가능한 시대의 세계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SF의 세계관과 유사합니다. 여러 과학 용어들도 등장하고 초능력, 행성간 통합적 네트워크 등도 존재하지만, 기본적인 이해는 음-양, 작용-반작용, 물질-반물질의 구도와 같은 상대성에 기반하는 것 같습니다. 물리적 오류인 퀑Quanx, 그 오류를 메우는(해결하기 위한) 전사체(Anti-Quanx) 등이 계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스릴(?)과 액션(?)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액션 장르의 히어로물과도 유사한 면이 등장하구요.

적나라한 이야기. 이게 바로 현실인데 말이죠;;;


세계는 이렇다 할지라도 인간성에 대한 고민이 작지 않습니다. 오히려 낯선 배경이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더욱 적나라하게 합니다. 애정사, 가족사, 삶과 죽음, 정치, 경제, 군사, 종교...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든 수많은 주제어들이 에피소드마다, 각 편마다 등장하는 것도 특색입니다. 더욱이 이런 각자의 사연들이 적당히 버무려져있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보통의 세계관은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사슬처럼 처음부터 끝까지만 한줄, 혹은 두세줄로 연결되는 구조라면 덴마의 세계관은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국에는 한 묶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서사적 한계 - 집중과 선택의 한계 - 로 몇몇 캐릭터가 집중적으로 부각되지만,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과 무게감은 보통이 아닙니다. 결국 판타지나 SF의 미학이 현재의 인간/물리적 세계를 넘어선 다른 인간/물리적 세계를 통해 인간을 더욱 이해하게 하는 것이라면, 덴마는 인간이 아닌 캐릭터들로 인간을 설명, 관찰해내는데 탁월합니다. 결정적으로 어설픈 선악 구도없이 넓은 세계관에서 각자가 어떤 진정성을 갖고 치열하게 사느냐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팬덤 안에서는 고산가나 엘가 중 한쪽만을 맹목적으로 응원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덴마 세계관 중 하나를 데바림이 설명하는 장면. 그리고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고민거리인 세계를 보는 방법.






2. 비범함과 평범함

보통 초능력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그 초능력을 어떻게 쓰는가. 혹은 그 초능력에 대비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은 어떠한가가 주된 서사가 됩니다. 하지만 덴마의 세계에서 나오는 퀑 - 초능력자/사물 - 은 그저 세계의 물리적 오류로 설명이 되며(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초능력은 사람의 시선이 아닌, 전 시간적, 물리적, 사물적 시점 - 인간 외 모든 것의 시선을 통합해 보았을때 오류조차 아닌 특성으로 이해될 겁니다), 그 오류의 발생은 유전적, 후천적 발생으로 설명됩니다. 결정적으로 이런 비범한 능력을 갖는 이들의 지배자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놀랍습니다. - 그 평범한 인간이 경제력과 정치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함정.
마셜 맥루한이 얘기했던 것을 인용한다면, 도구는 인간의 몸과 마음의 확장체(연장물)가 됩니다. (all media are "extensions" of our human senses, bodies and minds.) 퀑 능력을 갖는 구체적인 방법은 나오지 않지만, 퀑 능력과 비슷한 - 혹은 더한 능력을 갖게 되는 뇌전단 스캐닝, 뇌신경 세포자 시술과 매칭을 경험한 닥터 고드(Chapter 1-15. God's Lover)와 최강의 자질을 갖고 있지만 찌질한 삶을 사는 퀑 지로(Chapter 2-2. 콴의 냉장고)를 대비해보면 극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어찌어찌 살아야 한다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캐릭터를 통해 능력의 발현과 가치있는 삶은 마음먹기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그려지면서,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어설픈 선악 구도가 나오지 않고 각자의 환경과 사정에 대한 이해를 하게끔 합니다. - 그림체 만큼이나 덴마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보입니다.

매력터지는 캐릭터 수학귀신 롯의 삼단콤비네이션 엿드립. 적절한 대사. 멋진 드립.





3. 계급 문제

덴마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장면이 '계급 문제'입니다. Chapter 1에서도 잠깐잠깐 등장하지만, Chapter 2는 대놓고 우주의 패권을 다투는 세력의 이야기와, 장기판의 말처럼 움직이는 퀑, 인간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Chapter 1에 나오는 소소한 이야기들 - 덴마가 택배일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 - 과 이 거대한 이야기는 별로 관련이 없어보이면서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우주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편의나 복지가 조금은 바뀌겠지만, 일상이 아주 크게 변하지 않는 것과 같은 거죠. 다만 일종의 '내리갈굼'같은 부조리가 중간중간 다루어지며, 그것으로 인해 큰그림(인과율)이 어떻게 바뀌는지, 주인공이 어떤 사건을 겪기에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지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몇몇 독자들은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매우 신뢰'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애정사, 가족사 등의 미시적, 정치, 군사, 경제, 종교 등의 거시적인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때문에 계급문제 - 주도권을 잡는 방법, 잡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대결 - 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죠.

오줌으로 시작될 제8우주의 전쟁. 강아지는 자신이 세팅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이전에 세계가 붕괴될 조짐이 보여왔더라는;;; 과연 강아지는 실버퀵을 탈출할 수 있을까?



인과율을 바꿔버린 공작의 명대사. 이 장면은 뭇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8우주의 진정한 주인으로 공작을 지지하는 독자들을 양산했다.





4. 그 밖의 이슈

  1. 다양한 이름들 _ 주로 성경에서 차용되는 덴마의 지명, 인물명 등은 종교적 설정이 상당한 '덴마'를 읽는데 여러 즐거움을 줍니다. 어느정도 상관성을 가진 용어에서부터 아주 관계 없는 용어까지도 읽는 이로 하여금 지적 유희를 즐기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이런 용어, 이름들이 너무 많아서 뭐라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때문에 각 편마다 댓글을 보는 것은 필수 - 지적인 독자들 덕택에 이름의 유래, 용어와 캐릭터의 매칭 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동안 가장 논란이 되었던 존재는 Chapter 2에서 등장하는 스파이 '마빈'이라는 존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아직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양형이 어떤 뒤통수를 칠지 모르겠습니다(섣부른 추정은 쪽팔림만 가져다 주죠;;;).

  2. 덴경대, 덴바림, 덴전사 - 풍부한 패러디와 팬덤 _ 설득력있는 이야기와 설정들, 용어들은 패러디의 산실이 됩니다. 작가인 양형의 잦은 지각, 자유연재에 가까운 연재 지각까지 받아들이는 열혈독자들은 극중 '순간이동이 가능한 하이퍼퀑 자경대' 백경대를 따서 자칭 '덴경대'라고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자유로운 연재를 즐기며, 최신 업데이트를 빠르게 접하기 위한 스마트폰 어플 '덴경대'어플도 있을 정도입니다(저도 깔았습니다;;;). 엘가를 지지하는 독자들은 자신들을 덴전사로 부를까?라고 하기도 했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마음 편한 사람들은 자칭 '덴바림'이라고도 합니다. 이 뿐 아니라 풍부한 복선 - 일명 떡밥 덕택에 작품 토론이 활발하기에 팬카페가 매우 활성화되어있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고라'드립의 탄생. 눈물없이 볼 수 없는 테아르의 사연은 캣냅 편에서...


  3. 덴마 패러디 어록 _ 속된 말로 간지나는 대사, 찰진 대사가 많은 것도 덴마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걸로 말장난을 하죠. 가장 대표적인 예가 '믓시엘' - 현재로 치면 일종의 '오마이 갓' 정도입니다. ㅎㄷㄷ한 상황이 벌어졌거나 정시연재가 이루어지면 믓시엘 댓글이 많아집니다. '맙소사! 내가 누군지 아직도 모른단 말이야? 나야, 감찰국 행동대장, 고라!' - 얼굴 가린 존재들이 얼굴을 드러낼만한 타이밍에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수학천재 뽀로롯, 어그롯' - 백경대 최강의 퀑 중 하나인 롯의 특징이나 행동에 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그만큼 사랑받는 캐릭터라는 거죠. 고산가의 아버지 공작, 닥터 고드나 이델 등도 사랑 받는 캐릭터고 대사나 행동에 대한 패러디나 어록이 상당합니다. 그에 비하자면 주인공 덴마는 '조연'취급받는 특이한 만화이기도합니다. 그 외에 그 화의 특징이 되는 대사들을 양형 - 독자 / 양형 - 담당자 식으로 바꿔 이야기하는 댓글들도 많습니다.

  4. 상남자 순애보 _ 덴마의 약점 가운데 하나는 '여성'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한 덴마를 까려고 집어넣은 남녀평등(?) 개념인데... ㅋㅋ 다만 이것을 뛰어넘는 부분이 이른바 '상남자 순애보'가 그려진다는 것이죠. 우주 최강의 빵셔틀. 행성을 날려버리는 공작의 사랑. 어설픈 찌질남의 죽음까지 뛰어넘은 사랑. 여자를 찾는 다이크의 모험. 모두가 상남자 순애보를 완성시켜주네요. 이 글을 쓰는 가장 최근 화(701화)에는 우주 최강의 빵셔틀 이델이 자신이 관리해야하는 다이크의 '여자를 찾고 있다'는 고백에 반응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질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주 최강 빵셔틀 이델의 인생장면. 누군가 댓글에 이렇게 남겼다. '다이크야, 주인공이라면 너도 명장면 하나 뽑아야지. 가이린이 널 들고있는걸로?' ㅋㅋ

  5. 공유된 세계관 _ 덴마는 이전 부터 양형의 전작인 '철견무적', '라미레코드'와 같은 세계관의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실현(?)된 것이 Chapter 2-1 Catnap 편입니다. 라미레코드의 주인공 '라미'와 철견무적의 주인공 '아비가일'이 주요 등장인물인 이 에피소드는 덴마 세계관과 상황을 설명해주죠. '철견무적'의 경우 출판 만화로 등장했었는데 지금은 거의 구할 수 없는 - 전설의 작품이 되었고, '라미레코드'는 다른 포털에서 연재되다가 연재중단된 작품이었습니다. 덴마 이전의 몇 작품이 갑작스럽게 연재중단 되었었는데(그 중 하나가 라미레코드), 때문에 양영순은 '게으른 작가다', '끝을 못내는 작가다'라는 비난을 받았었습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덴마는 연재중단없이, 쉬지도 않고 일주일에 세편씩 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최근 몇편이 밀린 것은 함정... 한동안 하루 이틀은 늦어도 한편 이상 밀리지는 않았었는데... ㅠ 독자들 중에는 '연중(연재중단)만 안하면 고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도 그렇습니다. ㅋⓕ 

  6. 섹드립 _ 사람들로부터 '역시 양형'이라는 찬사를 듣게하는 분야입니다. '아색기가'를 읽어보지 않은 게으른 독자인지라;;; 단순한 섹드립이라기보다는 은밀하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 이런 쪽으로 젬병이라 뭐라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군요. 아무튼, 곳곳에 등장하는 성적인 코드는 현실적이면서 해학적인 면이 있습니다.


    다들 클로즈업을 무서워하는 엘의 아들 카인. ㅋㅋㅋ





  7. 글재주가 없어서 생각했던 것들을 다 말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만... '웹'이라는 미디어의 특성과 '만화'라는 장르적 특성이 결합된 웹툰에 속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이야기는 생각하게 만들고, 좋은 이야기일수록 풍부한 재생산이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서두에도 얘기했지만 덴마의 그림은 결코 못그리는 그림이 아닙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명암을 넣지않고도 그림체 만으로 입체감을 나타내는 흔치 않은 그림체이자, 그림으로 치면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 작가 '양영순'인데 잘 몰라주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런걸 생각해보면 대중적 취향은 '퀄리티'보다는 '보암직'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