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자리

2018. 1. 20. 10:13in Teamplay/경험과 경력사이

일자리와 취업에 대한 문제는 나름 사회생활 10년에 근접하는 지금도 겪는 문제입니다. 절대성을 갖는 '급여'와, 상대성을 갖는 '만족도'가 어우러져 일자리에 대한 체감도를 주죠. 사람의 주관은 말 그대로 '자기 위주'기 때문에 스스로의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자리-노동이라는 것은 개인의 성향적 편차 뿐 아니라 어떤 상황,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는 것이죠. 과격하면서도 다들 인정하는 개념으로 일자리는 개인의 존재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렇게 복잡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아래의 이야기는 좋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의 입장을 진하게 반영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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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좋은 일자리란?

제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2009년. 급여협상이나 직무 등 여러가지 면에서 미숙했던 시점에 저는 아마 최저시급도 못되는 수준의 급여로 월급을 받았습니다. 직업교육이나, 특히나 유사직종의 연봉등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시점의 그때, 저는 상당히 박한 급여를 받고 일을 시작했었죠. 그나마 그것도 상당부분 체불되어서 약 6개월간 연락을 취하고 짜증을 내면서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에 비해 일 자체는 만족도가 있었습니다. 일종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일이라 자유도도 높았고, 자료 조사 및 현장 촬영 등은 급여의 미진함을 채워줬습니다. 학생 신분에 일하는 것도 감지덕지지 하면서 너무 느슨했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지, 만족도는 높았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조사를 하고 현장을 다닐때 자료 공유가 안되고, 회사에서는 자료가 있음에도 저한테 얘기해주고 지시해주지 않아서 헛걸음하고 돌아왔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어찌되었든… (이 사실에 대한 내용은 지난 글 '걷고 찍고 정리하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사업 http://run2cross.tistory.com/124' 에 정리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약 5-6년간 6-7업체를 떠돌아다니는 극한 방랑기에 돌입하면서, 정리한 '일자리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급여   /   적성   /   관계성 - 부조리·조율   /   동기부여


사실 이 네가지 기준도 저의 주관적 견해이며, 급여 외의 부분은 정량적일 수 없는 영역이고, 뭉뚱그려 '만족도'로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1. 급여

인간의 삶 자체를 경제 활동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만큼 '경제'활동은 아주 기본적인 욕망을 해결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철학적인 물음과 자기 성찰의 부분 - 자족을 논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급여, 직종과 직급, 경력에 합당한 '적절한 급여'의 수준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급여에 대한 부분은 사내에서 기밀로 취급되며, 직업적으로 연관이 없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로 묻기 어려운 '숨겨진'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라, 개인은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힘듭니다. 이는 어느 누구도 좋은 급여에 대한 견해를 갖기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죠. 위의 네가지 기준 중에 유일하게 정량성을 가진 분야임에도 말입니다.

게다가 때때로 나오는 각종 통계는 모호한 기준과 조사 방법에 의해 상당부분 부풀려져 보도되고 있죠.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OO년 차를 대상으로 한', '대졸 신입을 대상으로 한' 급여 통계들은, 처음에는 저의 처지를 비관하게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의심하다가 지금에 와서는 조사법에 대한 의구심만 갖게 만듭니다. 현실성없이 지나치게 높게 통계치가 잡히거든요.

결정적으로 급여는 사생활과 관련 된 심리적 만족도과 깊은 연관을 갖습니다. 남들 갖는거 다 가져야하고, 남들 들고 다니는거 나도 들고다니고 싶어하는 마음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SNS의 발달로 사람들 간의 소통이 쉬워진만큼, 주요 소통의 소재는 '삶'을 포장하는 무엇들로 채워지게 마련이죠.

그래서 요즘 불어닥치는 '가상화폐 광풍' 및 이전부터 존재했던 직업들의 노동 강도 대비 급여 불균형은 SNS가 발달하면 할 수록 '일자리 만족도'에서 급여의 비율을 높입니다. 나 빼고 모두 행복해보이는 제한된 시야 속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나와 상대를 비교합니다. 그리고 이유와 결과를 '돈'으로 매듭짓곤 합니다.

2. 적성

사람은 개개인의 특성이 모두 다릅니다. 간단히 구분해서 내성적이기도 외향적이기도 하며, 대화를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발품 파는 것을 즐기기도 싫어하기도 하죠.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만 이런 성향에 따라 직업이 맞는 부분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정량화 되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적성을 탐색합니다. 그리고 그 적성에 적합한 일을 하려고 합니다.

책상에 앉는 것이 고역인 사람에게 연구, 기획 등의 일은 곤란하겠죠. 돌아다니는 것이 싫은 사람에게 외부출장이나 현장조사는 고역일겁니다. 디자인을 해야하는데 30분만 앉아있어도 좀이 쑤신다면 일하기 힘듭니다. 귀가 어둡고 말이 어버버한데 콜을 돌릴 수 있을까요? 물론 일하다보면 생각보다 재밌게 계발되는 무엇이 있기는 합니다만 기본적인 방향성을 맞추는 것은 중요합니다.

방향성 안맞는 일을 하는 것. 다른 부분에 있어서 만족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고역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다른 것들이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적성과 미래에 적합하다면 일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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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관계성 여부

급여나 적성의 경우는 직장을 구하는 중에 충분히 조율이 가능하지만, 관계성의 경우는 체험해보지 않는 이상 결코 알 수 없는 분야입니다. 요즘들어 기업의 이미지를 산뜻하게 유지하고, 그렇게 보이려 하는 것들을 볼 때. 기업들도 이 관계성이 일자리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적기 때문에 문제입니다만) 이 요소는 구인 사이트 및 홈페이지, 면접시 기업의 상태를 보면서 확인은 할 수 있습니다만, 감안하는 것과 실제 겪는 것의 수준차이는 분명 존재하죠. 

이 이미지 - 분위기는 사무실의 세련됨이나 이름값과 같으면서도 다른 궤를 갖습니다. 특히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는 일종의 '관계성'으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관계성은 그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배경 - 기업문화와 그 문화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개개인의 컨디션 차이라고 봅니다. 문화적인 면에서 기업의 긍정적인 면이 있는지, 혹은 부조리 함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며, 개인적인 면에서 상대방과 대화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를 살펴보아야겠지요.

○ 부조리

세대차를 조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미덕으로 요구되던 지난 시절의 미덕은 이제는 통용되기 힘들죠. 어느 수준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을 서로 약속하는 것이 근로계약서고, 이것에서 서로의 역할과 행동의 한도가 결정됩니다. 

때문에 정시출근, 정시퇴근 및 추가근무에 대한 이론적이며 이성적인 부분은 서로 인정하지만, 근무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과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리게 됩니다. (누가 청소해야하는가 등등의) 직원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등의 오너 입장의 스테레오 타입과,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왜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하는가 등의 노동자 입장의 스테레오 타입도 있죠. 

이 간격이 상식 선을 벗어나는 것이 부조리이며, 세대와 겪어왔던 문화가 달라지면서 만나게 됩니다. 이 문제는 일반적으로 '작은 기업'에서 자주, 대부분 만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 조율가능 여부

위의 요소들이 무너져있음에도 '조율이 가능'한 기업이라면 아주 약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고, 함께 하려고 조금이나마 노력한다는 의미이죠. 하지만 경험적으로 부조리가 난무하는 곳 치고 대화가 되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희망사항을 남을 요소… 일 듯 합니다.

더욱이 제가 적어 놓은 기준들은 모두 '개인'과 '기업(오너/상사)'의 구도일 뿐 기업 내의 선임자(직급 고하를 막론하고 기존에 있었던 구성원 모두를 의미합니다)들과의 관계도 중요한 부분이죠. 특히나 인정받고 영향력있는 선임자의 존재는 부조리와 조율여부를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4. 동기부여

다양한 이유 때문에 회사에 나가기 싫어서 밍기적대는 순간들이 옵니다. 첫 출근하는 날 기합이 빡 들어가서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나가기 싫고 일하기 싫어지는 순간이 오는 것이죠. 업무가 맞지 않다든지, 미래의 비전과 맞지 않다든지...

이 것을 동기부여의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매번 좋을 수는 없겠지만,  좋은 일자리는 개인의 성장 측면에서, 관계의 즐거움 면에서 충분한 동기부여를 제공해줍니다. (써놓고 보니 이게 만족도인건가… -_-) 만족도와 차이라면, 동기부여는 있으면 매우 좋지만, 없어도 큰 문제는 없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만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요즘에 있어서, 동기부여 - 특히 성장 가능성에 대한 - 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고,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하죠. 업체의 이름값을 따지게 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기업의 문화를 뛰어넘는,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직업보다 직장의 수준이 중요해지고, 그것이 동기부여가 되는 경우도 있죠. 어려운 문제입니다.


5. 마무리

어쩌다가 정부주도 일자리 사업에 살짝 참가하면서(서울시 취창업 액셀러레이터라고), 오랫동안 방황해왔던 일자리에 대한 개념 정리가 되었습니다. 물론. 저 일자리 사업 또한 저에게는 또다른 부조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 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곧 정리할 겁니다)

'좋은' 일자리라는 개념이 정리되지 않는 이상, 취업률 등의 고민과 고용자와 노동자의 간격은 결코 좁혀질 수 없을 것입니다. 팀원으로서, 팀장으로서, 언젠가는 고용자로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는 위치에 대해 고민해보면서 적어본 글입니다. 방대하고 정량화되지 않는 개념을 혼자서 정리할 수는 없죠.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